15분짜리 인성검사로 '돈 안 갚을 사람' 가려낸다

입력 2015-04-10 20:35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평소 조용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많이 온다. 씀씀이가 크다. “이번에 몇백만원짜리 유모차를 샀어”라는 말을 흔하게 한다. 그러다 돈을 빌려주면 다시 연락이 뜸해진다.’

인터넷에 떠도는 ‘돈 안 갚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 밖에도 ‘내가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 또 연락 온다’ ‘갚으라고 독촉하면 나보고 좀스럽다고 한다’ 등이 있다. 이 같은 특징은 대부분 돈을 빌려준 뒤에나 확인된다. 그나마 연락이라도 끊기면 그 사람의 속내를 알 기회조차 없다.

누구에게나 돈 안 갚는 사람은 리스크(위험)다. 은행 등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출자의 자산이나 직업, 거래정보 등을 기반으로 꼼꼼히 신용평가를 한다. 최근엔 상환능력을 파악하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인성평가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인성평가를 활용한 신용평가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을 소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袖?받으려는 사람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받는다. 분석업체는 이를 신용점수로 환산해 이 사람이 앞으로 돈을 잘 갚을지 판단한다.

대표적인 회사가 영국의 ‘비주얼DNA’다. 2006년 설립된 이곳은 심리학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평가방식을 개발했다. 간단한 문항을 통해 사람들의 취향이나 습관을 파악한다. 상습적인 연체자의 데이터베이스를 연구·분석해 비교한다.

비주얼DNA 홈페이지(www.visualdna.com)에 들어가면 시범적인 인성평가를 해볼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어떤 기분인가’ ‘책상의 상태는 어떤가’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등이다. 답변에 가까운 그림을 선택하면 된다.

테스트 후반엔 현재 이용하는 이동통신사, 은행, 가족 현황 등을 묻는다. 테스트는 15분이면 끝난다. 결과도 바로 나온다. 그 사람의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라는 5개 성향이 각각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

이 가운데 성실성 점수가 신용도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돈 갚을 확률이 높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EFL이라는 미국 회사는 자신감, 자율성, 산술적 문제해결능력, 낙관주의, 기회주의 등을 척도로 삼기도 한다.

이들의 위력은 적지 않다. 마스타카드의 2014년 자문보고서에 따르면 인성평가를 기준으로 대출해줬을 때 부실률이 기존보다 23% 하락했다. 비주얼DNA의 평가방식은 터키, 러시아, 영국, 폴란드 등에서 15만명이 활용했다. EFL의 테스트는 27개 신흥국 금융회사에서 사용 중이다.

‘인성평가’ 비즈니스는 금융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로 확장되기도 하다. 이들은 빅데이터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 사람의 평판을 분석하거나 통신비 연체 이력이나 통화 습관을 통해 상환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SNS에 무의식적으로 남긴 흔적이 자신을 증명하는 시대. 사생활 보호 같은 문제는 계속 풀어가야 할 부분이다.

인성평가의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신용정보가 없는 금융소외 계층에 희망이 될 수 있다. 돈을 빌리고 싶어도 신용을 평가할 자산이나 거래 정보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다.

김희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전 세계 성인의 절반은 은행거래 실적이 없고 개발도상국 저소득층의 10명 중 1명만 신용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때 간단한 인성평가를 통해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회사도 서민을 위한 ‘금융 포용’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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